한국에서 기독교인 통계를 낼 때는 로마 카톨릭과 개신교를 비롯하여 통일교 등 이단까지 합하여 통계치를 냅니다. 그러나 로마 카톨릭과 개신교는 신학적인 면에서 엄연히 다릅니다. 그런데도 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교황에 대해 열광할까요?
이번에 방한한 교황 프란치스코는 ‘빈자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그의 행보에 다들 당황합니다. 그는 교황이 되기 전에 타던 차를 타고(교황을 위한 전용 방탄차가 있음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가 하면, 소년원을 찾아가 무슬림의 발을 씻기고 입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가톨릭 교회 안의 돋보이는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선생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교황이 지난해 7월 브라질 빈민촌을 방문했을 때, 지난 5월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서 기도했을 때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하지만 한국천주교회는 교황의 방한 일정을 종교 행사에 가뒀다. 밀양 송전탑 현장, 강정 마을 등 갈등 현장 방문도 하지 못하게 했다. 한국천주교회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로 인해 정부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눈치를 보며 일정을 짠 것 같다."고 했네요.
그런데도 그는 이번 방한 중에 대입 수능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을 앓았던 153cm 27kg의 고3학생과 점심식사를, 어제는 카퍼레이드 중에 단 한번 차에서 내렸는데 그곳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광화문 단식농성장입니다. 그곳에서 33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영오씨(세월호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을 찾아 위로하기도 했고, 유가족들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한국교회가 무관심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현장을 찾은 것입니다. 프란치스코의 행보는 정치권이나 개신교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그러면에서 로마 카톨릭의 교리와 신학은 동의할 수 없지만,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손을 내미는 삶은 전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동안의 한국교회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중립을 표방해왔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목동들의 마을 베들레헴(푸줏간, 떡집)에 태어나셨고, 나사렛(강원도 감자 바위골)에서 자라셨으면, 사역의 70%는 가난한 어촌마을 갈릴리에서 사역하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교회는 중립이 아니라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편에 서야 합니다. 크리스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8월 17일
이정필 목사(소망교회)